[DataBee Story]롯데가 이기면 집안이 평화롭다? 데이터로 본 부산 가족 이야기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자료원 서포터즈 DataBee입니다 🐝


여러분, 혹시 야구 좋아하시나요? 2024년 KBO가 처음으로 관중 1,000만 명을 돌파할 만큼 야구는 최근 들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츠입니다.

그중에서도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는 특별한 존재감을 지니죠.

“구도(球都) 부산”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닐 만큼, 사직구장은 언제나 팬들의 열기로 가득합니다.


덕분에 팬들 사이에서는 롯데 관련하여 여러 가지 밈이 생겼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롯데가 이겨야 집구석이 조용하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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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연합뉴스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말은 그냥 농담이 아니라, 롯데의 성적이 부산 시민들의 일상과 감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합니다.그렇다면 정말로, 롯데가 잘하던 해와 못하던 해, 부산 가족들의 모습에 차이가 있었을까요? 이 흥미로운 질문을 살펴볼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는데요, 바로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부산지역 가족실태조사> 데이터 입니다.


| 데이터 소개

<부산지역 가족실태조사>는 부산여성가족개발원에서 부산 지역 가족의 변화와 실태를 파악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가족정책·제도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2008년부터 실시해온 중요한 조사입니다. 자료는 부산시에 거주하는 가구주 또는 그 배우자를 대상으로 수집되었으며 지금까지 2008년, 2013년, 2020년 총 3회에 걸쳐 시행되었어요.


주요 내용은 가구의 일반적 특성, 가족 가치관, 가족 형성과 돌봄, 가족관계, 일·생활 균형, 가족 건강과 노후 준비, 지역사회 관계망, 가족정책, 그리고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가족 내 어려움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블로그 포스팅에서는 이 2008년, 2013년, 2020년 조사를 모두 활용해, 당시 롯데 자이언츠의 성적과 함께 부산 가족들의 모습을 나란히 살펴보려 합니다.


물론 실제로 가족 문화의 변화는 시대적 상황과 사회 전반의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받지만, 롯데의 성적과 함께 나란히 놓고 데이터를 살펴보면 한층 더 색다른 관점에서 그 변화를 살펴볼 수 있을 거예요. 다만 저희가 진지하게 “롯데 성적이 부산 가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라는 점, 꼭 짚고 넘어갈게요 🙂


| 2008년 롯데 자이언츠 - 새로운 황금기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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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스포츠동아


정규시즌 성적: 3위 (72승 70패 2무)

2008년은 롯데 팬들에게 정말 특별한 해였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암흑기를 보내던 팀이 제리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후 달라진 거죠. 시즌 초반에는 1위까지 오르며 “이번엔 다르다”는 기대를 모았고, 봄데(봄만 잘하다 추락하는 롯데)라는 오명도 어느 정도 털어냈습니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는 두산을 상대로 극적인 스윕을 거두며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기도 했죠. 후반기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결국 8년 만에 가을야구 티켓을 거머쥐었고, 최종 성적은 3위. 비록 플레이오프 직행은 좌절됐지만, “롯데가 다시 살아났다”는 희망이 가득했던 시즌이었습니다.

특히 이 해는 사직구장이 연일 매진되면서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운 해이기도 해요. 한 시즌 동안 21번이나 만원 관중을 기록했고, 응원 문화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사직구장은 말 그대로 “세계 최대의 노래방”이라 불릴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 이처럼 2008년 롯데는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함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한 해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야구로 부산 전체가 뜨겁게 달아올랐던 2008년, 당시 실제 부산 시민들의 ‘가족’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롯데가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희망을 보여줬던 것처럼, 부산의 가정에도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운이 흐르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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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를 보면, 부산의 전형적인 가족 형태는 ‘자녀양육가족(44.9%)’과 ‘성인자녀가족(31.05%)’이었습니다.

한창 아이를 키우며 미래를 설계하는 가정, 혹은 이미 자녀가 성장해 안정기에 접어든 가정이 부산 사회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던 셈이죠. ‘부부 단독가족(8.6%)’이나 ‘고령자가족 및 기타(15.45%)’도 적지 않았지만, 여전히 “아이와 함께하는 집”이 다수였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맞벌이 비율입니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2%가 맞벌이 형태였다고 답했는데요. 이는 적지 않은 가정이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롯데가 8년 만에 가을야구라는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던 것처럼, 부산의 가정에도 미래를 준비하는 변화의 기운이 서서히 자리 잡던 시기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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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와 여가 시간에서도 그 흐름이 드러납니다. ‘거의 매일 가족과 함께 식사한다’는 응답이 40.65%, ‘일주일에 2~3번’이 36.45%로, 열 가구 중 일곱 가구 이상이 주 단위로 식탁을 함께했습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족이 모여 밥을 나누는 문화가 여전히 살아 있었던 거죠. 또한 주말 및 휴일에 가족과 여가를 함께 보낸다는 응답은 무려 60.35%. 열 명 중 여섯 명은 주말이면 가족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풍경은 2008년 사직구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로 그해 사직은 가족 단위 관중으로 가득했고,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목청껏 응원하는 모습이 흔했죠. 그래서일까요?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은 단순히 야구팀의 성적을 넘어, 부산 가족들의 일상과도 맞닿아 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승만 빼고 다 했던 해’라는 평가가, 어쩌면 부산 가족들에게도 ‘함께했던 시간’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해였던 것 같습니다.


| 2013년 롯데 자이언츠 - 2차 암흑기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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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스포츠동아

정규시즌 성적: 5위 (64승 69패 3무)

2013년은 롯데 팬들에게 ‘가능성’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시즌이었습니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며 ‘우승’에 대한 기대를 안고 시작했지만, 시즌 내내 순위는 1위부터 7위까지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해외 진출과 이적으로 타선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진 점이 뼈아팠죠. 장타력 부족과 흔들리는 불펜은 중요한 순간마다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과적으로 2013년 롯데는 5할이 넘는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는데, 이는 KBO 역사상 가장 높은 승률로 가을야구에 탈락한 기록이었습니다. 팬들 입장에서는 “잘 싸우면서도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하다”는 답답함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뜨거웠던 사직구장의 열기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5년 간 이어지던 ‘백만 관중’ 기록이 아쉽게 중단되었고, 관중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죠. ‘구도 부산’의 명성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 2013년은 ‘강팀이 되기 위한 마지막 한 걸음’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준 시즌이었습니다.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도, 전력 보강과 무너진 팬심 회복이라는 분명한 과제를 남긴 채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같은 시기 부산의 가족 모습 역시 야구장 풍경처럼 변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늘 뜨겁고 단단할 것 같던’ 롯데 응원 문화가 조금씩 균열을 보였듯이, 가정의 형태와 일상의 패턴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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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를 보면, 자녀양육가족의 비중(23.5%)은 2008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고, 대신 기타 가족형태(33.2%)가 크게 늘어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1인가구, 동거 가족, 기타 복합 가족 등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죠. 이는 전통적인 자녀양육 중심의 가족 구조에서 벗어나, 가족의 형태가 점점 다채로워지고 있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또한 맞벌이 비율의 경우, 2008년에는 맞벌이와 외벌이가 거의 비슷했지만 2013년에는 무려 64.35%가 “맞벌이를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자녀 양육 가족의 비율이 감소하고 가족 형태가 다변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획일적인 가족 소득 구조가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당시 고용 시장의 불안정성이 맞물리면서 많은 가정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맞벌이를 통해 경제적 안정을 꾀하고 싶었지만, 부부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비자발적으로 외벌이가 되거나 아예 실업 상태에 놓이는 가구도 늘어났던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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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만 아니라, 가족의 일상적인 생활 패턴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2013년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매일 가족과 함께 식사한다(매 끼 또는 하루 한 끼 이상)’고 답한 비율은 41.6%로 2008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눈여겨볼 점은 ‘거의 먹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24.1%로, 2008년 6.5%에서 무려 네 배 가까이 늘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예전처럼 ‘매일 저녁밥은 가족과 함께’라는 전통적인 풍경은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것이죠. 주말과 휴일의 가족 여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가족과 여가를 보낸다”는 응답이 47.7%에 그친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2.3%로 오히려 더 많았습니다. 

2008년에 비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밀도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모습인데요. 이러한 수치는 단순히 생활 패턴의 변화라기보다는, 당시 부산 사회가 겪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결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경제 불안, 주거 문제, 일자리 경쟁 등이 가족 생활의 리듬을 바꾸어 놓은 것이죠. 

마치 롯데가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의 힘’이 부족해 팬들의 답답함을 키웠던 것처럼, 부산 시민들의 일상에도 “함께하는 즐거움은 줄고, 각자 버텨내는 시간은 늘어난” 그런 과도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 2020년 – “재건기, 그리고 희망의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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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정규시즌 성적: 7위 (71승 72패 1무)

2020년은 최하위의 아픔을 딛고 ‘재건의 가능성’을 엿본 시즌이었습니다. 전년도 최하위라는 충격적인 성적 이후, 새로운 단장을 선임하면서 팀 체질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해였죠. 베테랑들이 여전히 중심을 잡아줬지만 세대교체의 필요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성장하는 유망주들과 중견급 선수들이 분전했지만 아직 확실한 주전 자리를 굳히기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죠. 그럼에도 시즌 전 암울했던 예상보다는 나은 성적을 냈습니다. 새 외국인 선수 효과도 있었고, ‘개콘 야구’라 불리던 답답한 경기력이 줄면서 각종 기록 지표가 중위권 수준으로 올라서며 희망을 안겨주었죠. 특히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끈함이 생겼다는 점이 고무적이었습니다.


👉 2020년은 비록 순위는 아쉬웠지만, 재건기를 거치며 긴 암흑기를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확인한 시즌으로 기억됩니다. 본격적인 세대교체 과정 속에서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변화의 씨앗을 뿌린 한 해였다고 할 수 있죠.




이러한 팀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2020년 부산의 가족 구조에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관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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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 따르면 2020년 부산의 가족 중 2세대 가구의 비중이 40%로 가장 많았지만, 단독 가구 비율도 30%나 차지하면서 적지 않은 비중을 보였습니다. 반면, 3세대 가구는 5%에 불과해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죠. 이는 전통적인 대가족 중심에서 벗어나, 핵가족이나 1인 가구 중심으로 구조가 이동했음을 보여줍니다. 

또 흥미로운 점은 일·생활 균형 인식입니다. 2020년 조사에서 “균형적이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47.95%로 가장 많았고, “보통이다”는 39.5%, “불균형적이다”는 12.55%에 그쳤습니다. 이는 단순히 ‘일이 힘들다, 바쁘다’라는 체감만이 아니라, 부산 시민들이 가족과 삶의 균형을 더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죠. (단, 이전 2008년과 2013년 조사와 달리 2020년 조사에서는 구체적인 가족 형태 및 맞벌이 여부에 대한 질문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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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20년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식사 문화의 변화였습니다. '매일 한 끼 이상 가족과 식사한다'는 응답이 2013년 36.55%에서 46.55%로 무려 10%p 가까이 증가하였는데요. 

반대로 '거의 없다'는 응답은 24.1%에서 18.65%로 줄어들었습니다. 멀어졌던 가족의 저녁 식탁 풍경이 다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죠. 이런 변화는 여가 패턴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주말이나 휴일에 "가족과 여가를 보낸다"는 응답이 절반(51.6%)을 넘기면서, 2013년에 '보내지 않는다'는 응답이 더 많았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가족과의 유대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러한 '함께'의 시간 회복 뒤는 2020년 당시 전 세계를 멈추게 했던 코로나-19 사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로 인해 외부 활동이 강제적으로 줄어들면서, 가족들이 한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 이번 DATABEE story에서는 2020년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과 같은 해 진행된 부산 시민 가족 실태 조사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야구장에서 선수들이 보여주는 끈끈함과 재건의 노력, 그리고 시민들의 가족 구조와 일·생활 균형에 대한 데이터까지 함께 보니 단순한 승패나 통계가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도전과 삶의 방식을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데이터와 현실을 함께 바라봄으로써 숫자 속에서도 사람들의 이야기와 감성을 읽을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음 DATABEE story에서도 일상의 데이터를 흥미롭고 따뜻하게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부산 시민 가족실태와 롯데 자이언츠 이야기를 전한 서울대학교 한국사회과학자료원 서포터즈 DataBee였습니다 🐝


위 포스팅에서 활용된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부산지역 가족실태조사> 시리즈 자료를 직접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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