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자료가 널리 공유되고 재이용 될 수 있도록 다듬는 역할을 맡고 있는 김혜진 연구원을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오래된 현재: 데이터로부터의 현재에 대한 소고(小考)' 데이터 전시 이야기와 ‘연구데이터 공유를 위한 저작권 가이드’, ‘개인 및 민감 정보 처리 가이드’ 를 준비하고 출판하게 된 스토리를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Q1. KOSSDA와 어떻게 처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 또 현재 질적 자료 아키비스트로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KOSSDA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07년 KRM 사업을 통해서였고, 본격적으로는 2009년부터 함께 일을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질적 자료 아카이빙 전반—자료 수집, 선별, 가공, 구축, 백업, 이용자 관리까지—거의 모든 과정을 맡아 왔고요. 최근에는 새로운 동료가 들어오면서 질적 자료뿐 아니라 협약 기관이나 개인 연구자들의 조사 자료까지 수집하는, 자료 개발 전반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Q2. 질적 연구자와 질적 자료 아키비스트의 역할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시나요?
질적 연구자는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이고, 저와 같은 아키비스트는 연구자들이 생산한 자료가 다시 공유되고 재이용될 수 있도록 다듬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연구 데이터 생애주기로 보자면, 연구자가 1막에서 자료를 생산하고 분석한다면, 아키비스트는 2막에서 그 자료를 정리해 다른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제공하는 일을 하는 거죠. 하지만 1막에서의 연구데이터 관리 계획과 실행에서 아카이브 기관과 협업할 수 있고 2막에서도 데이터를 제일 잘 아는 연구자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은 계속 상호작용하면서 이어져 가는 관계인 것 같아요.
Q3. 그러면 관련해서 아카이빙 과정에서도 어떤 질적 연구자로서의 시선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동의합니다. 사실 꼭 질적 연구에만 한정할 필요는 없지만, 질적 자료를 다룰 때 질적 연구 경험이 있는 사람이 확실히 유리한 부분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사 자료와는 결이 다르다 보니 수집부터 가공까지 결국 연구자의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어요. 어떤 자료가 2차 분석에 적합한지, 필요한 퀄리티를 갖췄는지를 검토하고, 연구자들이 다시 재분석할 수 있도록 어떤 정보가 더 주어져야 하는지도 고민하게 되죠.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 자료로 또 어떤 연구 주제를 탐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그래서 수집, 선별, 가공, 구축 전 과정에서 질적 연구자의 시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Q4. 질적 연구 아카이빙 과정에서 특별히 고려하는 기준이나 공식 가이드라인이 있나요?
우선 저는 아카이빙에서 보존 자체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자료가 실제로 재이용 될 수 있어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연구자들이 이 데이터를 더 편리하고 가치 있게 다시 활용할 수 있을까”를 가장 큰 기준으로 삼고 있어요.
다만 제가 처음 KOSSDA에 왔을 때에는 체계적인 트레이닝이나 가이드라인 같은 건 없었습니다. 지금은 해외 아카이브 기관들의 가이드나 코세라 강의 같은 걸 참고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전혀 없었고 그냥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워야 했죠. 선배 연구자들과 함께 하나하나 방법을 만들어가면서 경험을 통해 익혀 나갔습니다. 허혜옥 실장님은 저희 세대를 "1.5"세대라고 명명했던데, 토대를 닦은 1세대 밑에서 실무를 하며 아카이빙을 체득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기 위해 해외 가이드라인이나 관련 논문을 찾아보면서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결국 저는 이론 교육보다는 경험을 통해 체화하면서 배운 사람이고, 그 자체도 하나의 배움의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Q5. KOSSDA에서는 기탁 자료를 정제해 제공한다고 알고 있는데, 기탁 자료가 어떤 형태로 제공될 때 아키비스트의 작업과 어우러져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요?
저희가 자료를 받으면 우선 몇 가지 기준으로 리뷰를 합니다. 데이터의 완결성과 무결성, 파일 형식, 법적·윤리적 문제, 그리고 문서화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를 확인해요. 조사 자료의 경우에는 요즘 연구자들 사이에서 공유 인식이 높아져서, 공적 자금으로 만든 데이터를 공공에 기여하기 위해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먼저 기관에 연락해 오는 경우도 늘었고, 상대적으로 수월해졌습니다.
하지만 질적 자료는 상황이 달라요. 저작권 문제나 최소한의 설명 문서가 없는 경우처럼 아카이빙 과정에서 해결할 수 없는 지점만 빼면, 대부분의 경우 데이터를 받아서 공유가 가능하도록 처리하고 있습니다. 자료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논문이나 보고서를 찾아 메타데이터를 쓰고, 설명 문서를 새로 작성해서 연구자들이 다시 활용할 수 있게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 정보 및 민감정보 처리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질적 자료 특성상 자료마다 아카이빙 과정이 상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자료 기탁자들의 출판 자료나 논문을 참고하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컨택하며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상적으로는 해외 아카이브처럼 연구자들이 가이드에 맞춰 자료공유와 관련한 이슈를 어느정도 해결한 뒤에 기탁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합니다. 저희도 기탁 시스템을 마련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질적 자료는 개인적인 컨택을 통해 받는 게 현실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받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받아서, 저희가 보완 가능한 부분을 직접 다듬어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Q6. 아카이빙 과정에서 주관성이 개입될 수 있는 지점에 대해 어떤 고민이나 의견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네, 주관성은 당연히 개입될 수밖에 없어요.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요, 다만 중요한 건 그걸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관련 논문이나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하고, 다른 아카이브들이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도 살펴봅니다. 또 동료와 교차 검증를 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외부에 자문을 구하기도 하죠. 결국 아카이빙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주관성이 완전히 배제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나름의 기준과 가이드라인, 그리고 교차 검증을 통해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Q7. 지금까지 KOSSDA 기획 전시를 준비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생각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저희가 2023년에 처음 ‘연구데이터 주간’을 시작했는데, 그 때 전시를 해보자는 제안이 갑자기 들어왔어요. 준비 시간이 짧아 급하게 진행해야 했지만, 주제가 ‘연구데이터 사회조사 클래식’이라 제가 기회가 될 때마다 큐레이션하고 싶다고 얘기했던 자료들이라 오히려 신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자료는 사회과학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우리 기관만이 가지고 있는 시그니처 같은 자료라서 더 의미가 있었어요.
작업 과정에서는 단순히 데이터를 문서화하는 것과 달리, 현장감을 살려 전시를 위한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자료를 다시 연구자적 시선에서 살펴보고 글을 쓰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물론 시간·인력·비용 면에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실물 자료를 직접 꺼내 전시하는 경험은 값졌습니다.
특히 디지털로만 제공되던 자료를 낡은 종이, 손글씨, 직접 그린 지도 같은 실물로 마주했을 때 관람객들이 느끼는 현장감과 힘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단순히 시각적으로 눈길을 끄는 작품은 아니지만, 실물을 통해 데이터를 몸으로 경험하게 하고, KOSSDA에 이런 자료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인식시켜 준다는 점에서 전시는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KOSSDA 데이터 전시 (온라인, 바로 가기)

사진1. 데이터 전시 '데이터 기반 연구의 클래식을 만나다', KOSSDA 연구데이터 주간 2023

사진2. 데이터 전시 '데이터 기반 연구의 클래식을 만나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공동개최, 2024
Q8. 기획 전시는 단순한 자료 정리와 달리 미적·구조적 감각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이나 참고하시는 레퍼런스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전시를 준비할 때는 항상 공간, 인력, 예산의 제약을 크게 받습니다. 또 실물 자료 자체도 한정적이라, 결국 디지털화 된 자료들을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람객이 체험하고 몰입할 수 있게 보여주느냐가 핵심 과제가 돼요.
특별히 전시 때문에 새로 찾아본 건 없지만, 평소 박물관이나 미술관 전시를 자주 보러 다니고, 미술책이나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해서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 같고요.
다만 전시 준비 과정에서는 결국 데이터를 가장 많이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전시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자료 자체와 관련 연구, 참고 문헌들을 더 집중적으로 보는 편이에요.
Q9. 앞으로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해보고 싶은 전시 계획이 있으신가요?
지금 KOSSDA에서는 지역거점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와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는데, 전시가 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각 대학과 연계해서, 우리 기관이 가진 지역 데이터를 소개하고 알리는 방식으로 전시를 기획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자료 발굴이나 주제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보고 싶은 전시는 저 개인적으로는 연구 데이터 라이프 사이클을 실제 사례와 함께 전시 형태로 보여주는 것도 해보고 싶어요. 늘 도식으로만 설명하는 것을, 실물 자료와 함께 구성하면 사람들이 훨씬 쉽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지금까지는 주로 ‘보는 경험’ 위주였지만, 앞으로는 영상이나 음향, 청각적 요소까지 결합해 더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온라인 전시라면 3D 전시나 가상현실과 같은 인터랙티브한 방식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전시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단순히 자료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기획 자체가 좋아야 하고 거기에 맞는 도구들을 덧입혀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Q10. 지금까지 전시 경험을 바탕으로, 전시 도록 같은 출판물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으신가요?
네,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저에게는 전시가 일종의 ‘실물화된 논문’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작업들을 모아 하나의 출판물로 남길 수 있다면 의미가 클 것 같아요. 실제로 사업부에서도 데이터 큐레이션 차원에서 웹 기반으로 구현하자는 논의가 있었는데, 책자 형태의 도록도 또 다른 재미와 가치를 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Q11. ‘연구데이터 공유를 위한 저작권 가이드’, ‘개인 및 민감 정보 처리 가이드’를 작성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가이드가 질적 연구 데이터를 다루는 데 어떤 의미와 역할을 한다고 보시나요?
이 두 가이드는 제가 질적 자료를 담당하면서 꼭 필요하다고 느껴서 작성한 것입니다. 데이터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 드리면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내 연구 참여자들에게 기탁 동의를 받지 않았다”, “이 데이터의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겠다”, “데이터에 개인정보와 민감 정보가 많다” 같은 것이었어요. 이런 우려에 대해 저희도 답변을 드려야 했고, 연구자들도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했기 때문에 가이드를 준비하고 출판하게 됐습니다.

이미지1. '개인 및 민감 정보 처리 가이드'와 '연구데이터 공유를 위한 저작권 가이드' (발간 소식 바로 가기)
Q12. 연구자들이 이 가이드를 활용할 때 특히 유념해야 할 점이나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선 이 가이드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아직 연구데이터만을 위한 명확한 법규나 제도가 없기 때문에, 저희도 저작권법 일반 조항이나 해외 사례, 그리고 법학자나 기관연구윤리담당자의 자문을 참고해서 만든 것이거든요. 개인 및 민감 정보 처리 가이드도 마찬가지로 해외 자료와 저희 경험을 바탕으로 기준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래서 연구자분들께서는 이걸 절대적인 규정으로 보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응용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셔야 해요. 특히 케이스마다 저작권 계약 조건이나 익명처리 대상 식별자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연구자와 아카이브 기관이 함께 논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가이드가 있으면 최소한의 기준을 공유할 수 있고, 안심하고 자료를 맡길 수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적 자료가 널리 공유되고 재이용 될 수 있도록 다듬는 역할을 맡고 있는 김혜진 연구원을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오래된 현재: 데이터로부터의 현재에 대한 소고(小考)' 데이터 전시 이야기와 ‘연구데이터 공유를 위한 저작권 가이드’, ‘개인 및 민감 정보 처리 가이드’ 를 준비하고 출판하게 된 스토리를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Q1. KOSSDA와 어떻게 처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 또 현재 질적 자료 아키비스트로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KOSSDA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07년 KRM 사업을 통해서였고, 본격적으로는 2009년부터 함께 일을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질적 자료 아카이빙 전반—자료 수집, 선별, 가공, 구축, 백업, 이용자 관리까지—거의 모든 과정을 맡아 왔고요. 최근에는 새로운 동료가 들어오면서 질적 자료뿐 아니라 협약 기관이나 개인 연구자들의 조사 자료까지 수집하는, 자료 개발 전반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Q2. 질적 연구자와 질적 자료 아키비스트의 역할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시나요?
질적 연구자는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이고, 저와 같은 아키비스트는 연구자들이 생산한 자료가 다시 공유되고 재이용될 수 있도록 다듬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연구 데이터 생애주기로 보자면, 연구자가 1막에서 자료를 생산하고 분석한다면, 아키비스트는 2막에서 그 자료를 정리해 다른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제공하는 일을 하는 거죠. 하지만 1막에서의 연구데이터 관리 계획과 실행에서 아카이브 기관과 협업할 수 있고 2막에서도 데이터를 제일 잘 아는 연구자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은 계속 상호작용하면서 이어져 가는 관계인 것 같아요.
Q3. 그러면 관련해서 아카이빙 과정에서도 어떤 질적 연구자로서의 시선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동의합니다. 사실 꼭 질적 연구에만 한정할 필요는 없지만, 질적 자료를 다룰 때 질적 연구 경험이 있는 사람이 확실히 유리한 부분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사 자료와는 결이 다르다 보니 수집부터 가공까지 결국 연구자의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어요. 어떤 자료가 2차 분석에 적합한지, 필요한 퀄리티를 갖췄는지를 검토하고, 연구자들이 다시 재분석할 수 있도록 어떤 정보가 더 주어져야 하는지도 고민하게 되죠.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 자료로 또 어떤 연구 주제를 탐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그래서 수집, 선별, 가공, 구축 전 과정에서 질적 연구자의 시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Q4. 질적 연구 아카이빙 과정에서 특별히 고려하는 기준이나 공식 가이드라인이 있나요?
우선 저는 아카이빙에서 보존 자체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자료가 실제로 재이용 될 수 있어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연구자들이 이 데이터를 더 편리하고 가치 있게 다시 활용할 수 있을까”를 가장 큰 기준으로 삼고 있어요.
다만 제가 처음 KOSSDA에 왔을 때에는 체계적인 트레이닝이나 가이드라인 같은 건 없었습니다. 지금은 해외 아카이브 기관들의 가이드나 코세라 강의 같은 걸 참고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전혀 없었고 그냥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워야 했죠. 선배 연구자들과 함께 하나하나 방법을 만들어가면서 경험을 통해 익혀 나갔습니다. 허혜옥 실장님은 저희 세대를 "1.5"세대라고 명명했던데, 토대를 닦은 1세대 밑에서 실무를 하며 아카이빙을 체득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기 위해 해외 가이드라인이나 관련 논문을 찾아보면서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결국 저는 이론 교육보다는 경험을 통해 체화하면서 배운 사람이고, 그 자체도 하나의 배움의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Q5. KOSSDA에서는 기탁 자료를 정제해 제공한다고 알고 있는데, 기탁 자료가 어떤 형태로 제공될 때 아키비스트의 작업과 어우러져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요?
저희가 자료를 받으면 우선 몇 가지 기준으로 리뷰를 합니다. 데이터의 완결성과 무결성, 파일 형식, 법적·윤리적 문제, 그리고 문서화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를 확인해요. 조사 자료의 경우에는 요즘 연구자들 사이에서 공유 인식이 높아져서, 공적 자금으로 만든 데이터를 공공에 기여하기 위해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먼저 기관에 연락해 오는 경우도 늘었고, 상대적으로 수월해졌습니다.
하지만 질적 자료는 상황이 달라요. 저작권 문제나 최소한의 설명 문서가 없는 경우처럼 아카이빙 과정에서 해결할 수 없는 지점만 빼면, 대부분의 경우 데이터를 받아서 공유가 가능하도록 처리하고 있습니다. 자료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논문이나 보고서를 찾아 메타데이터를 쓰고, 설명 문서를 새로 작성해서 연구자들이 다시 활용할 수 있게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 정보 및 민감정보 처리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질적 자료 특성상 자료마다 아카이빙 과정이 상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자료 기탁자들의 출판 자료나 논문을 참고하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컨택하며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상적으로는 해외 아카이브처럼 연구자들이 가이드에 맞춰 자료공유와 관련한 이슈를 어느정도 해결한 뒤에 기탁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합니다. 저희도 기탁 시스템을 마련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질적 자료는 개인적인 컨택을 통해 받는 게 현실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받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받아서, 저희가 보완 가능한 부분을 직접 다듬어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Q6. 아카이빙 과정에서 주관성이 개입될 수 있는 지점에 대해 어떤 고민이나 의견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네, 주관성은 당연히 개입될 수밖에 없어요.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요, 다만 중요한 건 그걸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관련 논문이나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하고, 다른 아카이브들이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도 살펴봅니다. 또 동료와 교차 검증를 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외부에 자문을 구하기도 하죠. 결국 아카이빙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주관성이 완전히 배제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나름의 기준과 가이드라인, 그리고 교차 검증을 통해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Q7. 지금까지 KOSSDA 기획 전시를 준비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생각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저희가 2023년에 처음 ‘연구데이터 주간’을 시작했는데, 그 때 전시를 해보자는 제안이 갑자기 들어왔어요. 준비 시간이 짧아 급하게 진행해야 했지만, 주제가 ‘연구데이터 사회조사 클래식’이라 제가 기회가 될 때마다 큐레이션하고 싶다고 얘기했던 자료들이라 오히려 신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자료는 사회과학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우리 기관만이 가지고 있는 시그니처 같은 자료라서 더 의미가 있었어요.
작업 과정에서는 단순히 데이터를 문서화하는 것과 달리, 현장감을 살려 전시를 위한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자료를 다시 연구자적 시선에서 살펴보고 글을 쓰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물론 시간·인력·비용 면에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실물 자료를 직접 꺼내 전시하는 경험은 값졌습니다.
특히 디지털로만 제공되던 자료를 낡은 종이, 손글씨, 직접 그린 지도 같은 실물로 마주했을 때 관람객들이 느끼는 현장감과 힘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단순히 시각적으로 눈길을 끄는 작품은 아니지만, 실물을 통해 데이터를 몸으로 경험하게 하고, KOSSDA에 이런 자료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인식시켜 준다는 점에서 전시는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KOSSDA 데이터 전시 (온라인, 바로 가기)
사진1. 데이터 전시 '데이터 기반 연구의 클래식을 만나다', KOSSDA 연구데이터 주간 2023
사진2. 데이터 전시 '데이터 기반 연구의 클래식을 만나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공동개최, 2024
Q8. 기획 전시는 단순한 자료 정리와 달리 미적·구조적 감각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이나 참고하시는 레퍼런스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전시를 준비할 때는 항상 공간, 인력, 예산의 제약을 크게 받습니다. 또 실물 자료 자체도 한정적이라, 결국 디지털화 된 자료들을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람객이 체험하고 몰입할 수 있게 보여주느냐가 핵심 과제가 돼요.
특별히 전시 때문에 새로 찾아본 건 없지만, 평소 박물관이나 미술관 전시를 자주 보러 다니고, 미술책이나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해서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 같고요.
다만 전시 준비 과정에서는 결국 데이터를 가장 많이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전시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자료 자체와 관련 연구, 참고 문헌들을 더 집중적으로 보는 편이에요.
Q9. 앞으로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해보고 싶은 전시 계획이 있으신가요?
지금 KOSSDA에서는 지역거점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와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는데, 전시가 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각 대학과 연계해서, 우리 기관이 가진 지역 데이터를 소개하고 알리는 방식으로 전시를 기획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자료 발굴이나 주제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보고 싶은 전시는 저 개인적으로는 연구 데이터 라이프 사이클을 실제 사례와 함께 전시 형태로 보여주는 것도 해보고 싶어요. 늘 도식으로만 설명하는 것을, 실물 자료와 함께 구성하면 사람들이 훨씬 쉽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지금까지는 주로 ‘보는 경험’ 위주였지만, 앞으로는 영상이나 음향, 청각적 요소까지 결합해 더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온라인 전시라면 3D 전시나 가상현실과 같은 인터랙티브한 방식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전시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단순히 자료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기획 자체가 좋아야 하고 거기에 맞는 도구들을 덧입혀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Q10. 지금까지 전시 경험을 바탕으로, 전시 도록 같은 출판물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으신가요?
네,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저에게는 전시가 일종의 ‘실물화된 논문’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작업들을 모아 하나의 출판물로 남길 수 있다면 의미가 클 것 같아요. 실제로 사업부에서도 데이터 큐레이션 차원에서 웹 기반으로 구현하자는 논의가 있었는데, 책자 형태의 도록도 또 다른 재미와 가치를 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Q11. ‘연구데이터 공유를 위한 저작권 가이드’, ‘개인 및 민감 정보 처리 가이드’를 작성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가이드가 질적 연구 데이터를 다루는 데 어떤 의미와 역할을 한다고 보시나요?
이 두 가이드는 제가 질적 자료를 담당하면서 꼭 필요하다고 느껴서 작성한 것입니다. 데이터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 드리면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내 연구 참여자들에게 기탁 동의를 받지 않았다”, “이 데이터의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겠다”, “데이터에 개인정보와 민감 정보가 많다” 같은 것이었어요. 이런 우려에 대해 저희도 답변을 드려야 했고, 연구자들도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했기 때문에 가이드를 준비하고 출판하게 됐습니다.
이미지1. '개인 및 민감 정보 처리 가이드'와 '연구데이터 공유를 위한 저작권 가이드' (발간 소식 바로 가기)
Q12. 연구자들이 이 가이드를 활용할 때 특히 유념해야 할 점이나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선 이 가이드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아직 연구데이터만을 위한 명확한 법규나 제도가 없기 때문에, 저희도 저작권법 일반 조항이나 해외 사례, 그리고 법학자나 기관연구윤리담당자의 자문을 참고해서 만든 것이거든요. 개인 및 민감 정보 처리 가이드도 마찬가지로 해외 자료와 저희 경험을 바탕으로 기준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래서 연구자분들께서는 이걸 절대적인 규정으로 보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응용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셔야 해요. 특히 케이스마다 저작권 계약 조건이나 익명처리 대상 식별자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연구자와 아카이브 기관이 함께 논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가이드가 있으면 최소한의 기준을 공유할 수 있고, 안심하고 자료를 맡길 수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